누리꾼들, '이물질' 삼양라면 되레 구매운동

2008. 6. 1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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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광고 안 줘 차별 보도" 눈총, '안티 조선' 일환

"컵라면 촛불 종이컵 대용" 제안 등 급속 확산

촛불의 불똥이 라면으로 튀었다. '삼양라면 구매운동'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불매운동'이 아니고 '구매운동'이다. 지난 13일 <삼양식품>의 용기라면 '큰컵 맛있는 라면'에서 금속성 너트(암나사)가 발견돼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지만 오히려 누리꾼들은 "삼양라면을 먹읍시다"라고 호소하고 있다. 어떻게 된 것일까.

다음 <아고라>에 한 누리꾼은 '삼양라면의 진실' 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너트가 아니라 자동차 엔진이 나와도 삼양라면을 먹을 것이다"라고 썼다. 누리꾼들은 이 글을 계속 이곳 저곳에 퍼나르고 있다. 또 어떤 누리꾼들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대량 구입한 '삼양라면 구입 인증사진'을 올리고 다른 누리꾼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런 인증사진들은 18일부터 시작해 이곳 저곳에서 올라오고 있다.

이물질까지 나와 물의를 일으켰던 삼양식품 라면에 누리꾼들이 되레 '열광'하는 이유는 '안티 조중동 운동'과 맥이 닿아 있다. 누리꾼들은 "<조선일보>가 삼양라면만 비판하고 있다"며 '안티 조중동 운동'과 연관해 구매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16일치 <조선일보>에 '삼양 너트라면에 소비자 화났다' 라는 기사가 실렸는데, 이 기사는 삼양식품을 두고 "3~4월 날파리와 바퀴벌레가 자사 라면에 잇따라 발견됐다는 주장이 제기됐을 때도 무성의한 대응으로 빈축을 샀다"며 비판했다. 반면, 지난 17일 농심 신라면에서 바퀴벌레 이물질이 나온 것에 대해선 <조선일보>는 보도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이 "<조선일보>에 광고를 준 '농심'은 일부러 봐주고 광고를 내지 않은 '삼양식품'만 공격하는 것 아니냐"며 <조선일보> 쪽에 의혹을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 <조선일보>에 지난 3일과 4일, 농심 관련 제품이 전면광고 된 바 있다.

누리꾼의 이런 여론이 급속하게 퍼지면서 '삼양라면 구매 운동' 은 오프라인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천 남구 주안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강희(45)씨는 19일 <아고라>에 글을 남겨 "삼양라면을 진열대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넉넉하게 진열했다. 조중동 폐간을 위해 편의점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다"고 밝혔다. 누리꾼 '재율맘'은 마트에 직접 찾아가 '삼양라면 구매운동'을 벌였다. 그는 <이명박탄핵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카페에 19일 올린 글에서 "대형 마트 근처에서 삼양라면 구매 촉구 전단지를 뿌리고 왔다"고 밝히며 다른 누리꾼들에게도 "대형 마트에서 삼양라면을 구입해 달라"고 호소했다.

누리꾼들이 벌이는 '삼양라면 구매운동'은 다양한 아이디어들과 결합해 여러 행동으로 번질 조짐이다. 누리꾼 '감자라면'이 18일 글을 올려 "21일을 '전국민 삼양라면 구매의 날'로 만들자"고 제안하자 수많은 누리꾼들이 적극 동참하겠다고 댓글을 달았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 글을 복사해 이곳 저곳에 홍보하고 있다. 촛불집회에 '삼양 컵라면을 종이컵 대신 사용해 촛불을 들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누리꾼 'Chris You'는 "삼양 컵라면 하나 먹고 그 안에 촛불 넣자. 삼양 컵라면을 촛불집회 종이컵 대용으로 쓰자"고 19일 글을 남겼다.

<조선일보>쪽은 누리꾼의 이런 반응에 대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명했다. <조선일보> 경영기획실의 한 관계자는 "'삼양라면 너트사건'은 식약청에서 보도자료도 내어 인과관계가 확실한 것이라 기사를 낸 것이고, '농심라면 바퀴벌레 사건'은 제보자의 주장만 있는 상태라 기사를 내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삼양식품> 쪽도 "특별한 의도를 갖고 <조선일보>에 광고를 싣지 않은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삼양식품> 최남석 부장은 "스낵류는 TV 쪽에 광고를 집중하고 있어 어떤 신문에도 광고를 싣지 않는다는 게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 부장은 "일부 신문이 '삼양식품이 조선일보 광고 거부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보도한 데 대해선 오보"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도 <삼양식품>도 예상치 못했던 누리꾼들의 '삼양라면 구매 운동'은 최근 '조선일보 광고 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누리꾼들을 비판한 <조선일보>가 오히려 누리꾼들의 화를 돋우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소동'이 될 듯 하다. 중앙대 신광영(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소비자들의 힘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것을 동원한 '안티 조중동 운동'의 연장"이라 평가하면서도 "소비자로서 권력을 동원하는 일이 바람직한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탈사이트 <네이버>와 <다음> 등에서 '삼양라면'은 19일 한 때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했고, '삼양식품'은 주식시장에서도 상한가를 기록해 주목을 받았다.

허재현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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