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휴식' 틈타 보수 반격..민심수렴 결국 '공수표'

2008. 6. 19.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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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당정 국정쇄신 협의 취소…파업 대책 등 강경기류

내각·수석 '탕평책' 잦아들고 '보수·내사람' 챙기기

재협상 거론없이 '30개월령 금지' 국민설득 밀어붙여

촛불집회가 최근 주춤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보수언론과 보수단체 등을 중심으로 '역공'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심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한동안 자세를 낮추던 이명박 정부도 '촛불 이전'으로 되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6·10 촛불대행진 다음날인 지난 11일, 정례 당정회의에서 공기업 민영화, 한반도 대운하 등 주요 정책들을 재검토하기로 하고, 18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정은 최근 18일 회의를 취소했다. 화물연대 파업 때문이라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다급했던 11일에 비해선 '여유'가 생긴 탓도 커 보인다.

이 대통령은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친형인 이상득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대운하에 대해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안 하는 것"이라고 말했으나, 이후에는 언급이 없다.

오히려 지난 17일 이 대통령은 "인터넷이 신뢰를 잃으면 독"이라며, 최근 촛불집회의 바탕이 된 '인터넷 민심'을 규제하려는 듯한 발언을 했다. 또 이날 대통령 주재 화물연대 대책회의가 끝난 뒤에는 "정부로선 더 양보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관계장관 합동 기자회견이 과천에서 이뤄졌다.

청와대는 애초 '쇠고기 민심'을 수렴하는 방편으로 인적 쇄신을 검토했다. 따라서 처음에는 새 인물의 인선 기준으로 '도덕성' 강조와 함께 여당 내 친박근혜 계열은 물론, 진보 또는 중립적 인사의 기용 가능성 등 '탕평 인사'가 기대됐다.

그러나 지난 15일 이 대통령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청와대 면담 이후, '심대평 총리' 카드가 부각되는 등 전반적인 인선 흐름은 '보수대연합' 등 보수층 결집을 꾀하는 모양새다. 이 밖에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강현욱 전 전북지사, 대통령실장에 거론되는 윤진식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등은 모두 이 대통령의 대선캠프 출신이다. 또 청와대 수석과 내각 후보로 거론되는 정종복·박형준 전 의원, 이군현 의원, 김대식 평통 사무처장, 현인택 고려대 교수 등도 대부분 캠프 출신들이다. 진보 계열은 고사하고, '친박근혜' 쪽 인사조차 없다.

더욱이 촛불집회 이후,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신설하겠다는 시민사회비서관에 뉴라이트운동 단체인 자유주의연대의 홍진표 사무총장을 내정한 것에서도 인적 쇄신의 '역참신성'이 돋보인다.

지난 5월 말 촛불집회가 최대 규모에 이르자,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재협상 시도 필요성이 논의됐다. 그러나 최근 청와대 안에서 '재협상'은 거론되지 않고 있다.

대신에 방미단의 추가협상 초점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에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정도 조처로 국민들이 납득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국난적 상황을 감안할 때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납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쇠고기 추가협상 타결 직후인 19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로 한 것도 일종의 '정면 돌파' 성격이 짙다.

청와대의 이런 자세는 최근 촛불집회의 동력이 주춤하고 보수층이 '역공'을 강하게 주문하는 것과 관계가 깊어 보인다. 이 대통령의 경선 캠프 대변인이었던 장광근 의원은 최근의 보수대연합 조짐에 대해 "보수 정권이 10년 만에 탄생했는데 위기를 맞고 있으니 보수세력 모두의 책임"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보수세력 전체가 국정운영 추동력 확보를 위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경필 의원은 "지금 청와대와 여권 일각의 주장과 행동은 국민의 요구와 핀트가 어긋나 있다"며 "국민들이 원하는 바가 보수대연합 또는 지역주의적 연대와 같은 그런 '보수 회귀'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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