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한 듯 '막말 성토'.. 기다린 듯 '색깔 공세'

2008. 6. 1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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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여당·보수언론·논객 "집단난동·불장난" 폄훼 

ㆍ시민들 "순수성 왜곡말라" 조목조목 반박나서

촛불을 겨냥한 역공이 시작됐다. 정치·사회·문화·언론계의 이명박 정부 지지층이 연일 촛불을 성토하고 있다. 촛불이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 번지는 데 대해 '촛불'을 이념적으로 묶는 '좌파 배후론' '색깔론'도 다시 등장했다. 촛불시위 초기 '괴담·배후설'로 역풍을 받고 몸을 낮췄던 일부 우익 세력이 6·10 대행진 이후 촛불정국이 숨을 고르는 사이 국면 반전을 꾀하고 나선 구도다.

대반격은 촛불집회와 '넷심(인터넷 여론)'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보수언론과 논객들이 주도하는 공세 수위도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동아일보는 촛불집회 기간 동안 네티즌들의 '공론의 장'으로 떠오른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대해 "반대의견을 철저히 배제해 토론방의 기능을 사실상 상실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토론 중심으로 여론을 만들고 네티즌들의 행동을 이끌어 온 아고라에 대해 보수쪽 시각과 틀로 반격한 셈이다.

조선일보는 18일자 1개 면을 할애해 네티즌들의 광고 불매 활동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주부들이 이용하는 요리 전문사이트 '82쿡닷컴(82cook.com)'이 벌이는 조·중·동 광고기업 압박 활동에 대해 최근 "압박을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다가 논란이 일자 "여러 사이트에 협조요청문을 보낸 것인데 82쿡닷컴에만 보낸 것처럼 악의적으로 보도돼 조선일보와 주부의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촛불시위 초기에 배후설과 인터넷 괴담설을 지핀 보수언론들은 6·10 촛불대행진때 정부 쇄신과 촛불 민의 경청을 강조했다가 다시 촛불을 겨누며 오락가락하는 모양새다.

촛불집회에 반대하는 인터넷 카페들의 활동도 본격화되고 있다. '과격불법 촛불시위 반대 시민연대'는 20일 서울 여의도 MBC 앞에서 '편파방송 항의집회'를 열기로 하고 참가자들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이들은 보수 성향인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소속 변호사를 초빙해 촛불집회로 인한 공동시설 피해에 대해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불법 촛불집회 반대연합' '행동하는 네티즌 참여연대' '747 명바라기 카페' 등 유사 카페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보수단체 '국민행동본부'는 "MBC의 근거없는 인간 광우병 오보로 인해 어린 학생들까지 '거짓의 촛불'을 들고 나와 무법천지를 만들고 있다"며 "20일 선동 사령부 MBC로 가자"고 참여세력을 규합 중이다.

촛불시위의 친북좌파 배후설은 보수 정치인·논객들이 지피고 있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정권타도를 목적으로 하는 좌파들이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작가 이문열씨는 "불장난을 오래하면 불에 데는데 촛불장난도 오래하는 것 같다"며 촛불집회를 불장난으로 묘사했다. 이씨는 조·중·동 광고압박에 대해서는 "범죄행위", 촛불의제 확장에 대해서는 "집단난동"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흐름 속에 이명박 대통령은 "인터넷은 약이 아닌 독이 될 수도 있다"며 인터넷을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보수층의 일제 반격을 접한 네티즌들과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시선은 차갑다. "시대착오적 발상" "귀닫고 말로만 떠드는 소통"이라는 날선 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아고라에서는 17일 '촛불시민에 대한 천민 망언 주성영 의원 규탄' 서명운동이 시작돼 하루 만에 7000여명이 서명했다. '촛불장난' 발언을 한 이문열씨에 대해서도 '교과서에 실린 이문열씨 소설 삭제' 청원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다.

네티즌 '센티'는 "신뢰가 담보되지 않은 인터넷이 이 나라의 독일까, 신뢰가 담보되지 아니한 대통령이 진정한 이 나라의 독일까"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가 아고라 비판때 근거로 인용한 경희대 송경재 교수의 댓글 분석자료도 대표성 논란이 일고 있다. 송 교수는 "연구가 진쟁 중인 논문의 일부 자료가 기사에 쓰였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아고라 전체를 닫힌 공간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앙대 진중권 교수는 "보수층이 역풍이 거세지자 잠시 촛불집회를 긍정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최근 촛불이 사그라드는 조짐이 보이자 다시 공격하는 것 같다"며 "국민 생계와 직결된 의제로 확산되는 촛불을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 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진식·이로사·오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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