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인력시장 "건설현장 올스톱.. 다 굶어 죽을 판"

2008. 6. 1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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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현장 대부분이 '올스톱'됐는데 무슨 일감이 있겠어요."

화물연대, 건설노조 파업 여파가 새벽 인력시장에도 불어닥쳤다. 건설현장이 개점휴업 상태가 되면서 일감이 크게 줄은 것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 노동자들은 "잇단 파업으로 우리만 굶어 죽게 생겼다"면서 땅이 꺼져라 한숨만 내쉬었다.

지난 17일 새벽 4시30분 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수진리 고개. 수도권 최대의 건설 일용직 인력시장이 열리는 곳이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시각에 일용직 노동자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면서 술렁이기 시작했다. 10여분이 지났을까. 수십명에 불과하던 사람들이 200여명으로 늘어났다.

"벌써 며칠째야. 오늘도 허탕이네." 오전 5시30분을 넘어서자 여기저기서 한탄과 푸념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거리를 못 찾은 사람들은 작업복과 장비를 담아온 배낭과 가방을 깔고 앉아 담배 한 대를 꺼내 물며 내일 일을 걱정했다. 이날 일감을 찾은 사람들은 60~70여명에 불과했다.

30년간 철근일로 잔뼈가 굵었다는 이근우씨(60)는 "요즘 여기 나온 사람 가운데 대부분이 허탕을 친다"면서 "오늘 일감을 찾은 사람은 정말 운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이곳에서 100여m 떨어진 태평역 주변. 하루 일당 7만원에 허드렛일을 하는 '잡부'들이 모이는 곳으로 사정은 마찬가지. 이날 일감을 찾아 나선 사람은 대략 80여명으로, 평소 200여명에 비해 절반도 안된다.

"나와봐야 허탕칠 것이 뻔하고, 그렇다고 집에 있자니 가족들에게 눈치 보이고…." 50대로 보이는 한 남자는 굳은 표정에 말없이 담배만 피워 대고 있었다. 또 다른 50대 남자는 "요즘 여기 나온 사람 가운데 60~70%가 일감을 찾지 못한다"면서 "파업 직격탄을 맞은 곳은 바로 인력시장"이라고 말했다.

인근의 한 인력사무소. 이날 이 사무소에 접수된 일감은 ㅇ건설 8명과 판교신도시 건설현장 2명 등 10명이 전부로, 파업전 30~40명에 비하면 20~30명이 줄었다. "왜 만날 나만 빼. 육공(하루 일당 6만원)이라도 좋으니 보내줘요." 7일째 허탕을 쳤다는 김민규씨(51)는 작정하고 나왔는지 인력사무소 직원에게 서운한 속내를 드러냈다.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철근공 등 기술자들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이들처럼 몸으로 때우는 잡부들은 그야말로 일감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인력시장이 파장한 오전 6시30분쯤 인근의 한 해장국집. 해장국을 안주삼아 술을 마시며 쓰린 속을 달래던 한 40대 남자는 "IMF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외국인 노동자의 일당 덤핑 공세에다 파업 여파까지 겹쳐 정말 먹고 살기가 힘들다"면서 집으로 무거운 발길을 돌렸다.

<성남 | 최인진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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