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크게작게

  • 굴림
  • 돋음
  • 바탕
  • 맑은고딕

윈도 Vista 또는 윈도우에 폰트가 설치되어 있어야 합니다.

숭례문 화재후 문화재 경비 강화한다더니

매일경제 | 기사입력 2008.05.16 07:30 | 최종수정 2008.05.16 08:40

40대 남성, 전라지역 인기기사 자세히보기




14일 오전 흥인지문 경비원이 순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승환기자>
지난 10일 밤 11시 흥인지문(동대문) 옆에 갑자기 택시 한 대가 멈춰섰다. 4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비틀거리며 택시에서 내렸다. 흥인지문은 사방이 도로로 둘러싸여 있고 횡단보도도 없어 사람이 내릴 이유가 없었다. 이 남성은 다짜고짜 흥인지문 안으로 들어가려고 몸을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흥인지문 경비를 맡고 있는 김종면 씨는 이 남성을 제지했지만 그는 "네가 뭔데 막아서느냐"며 물러서지 않아 한동안 실랑이를 계속했다. 김씨는 "매일 밤 흥인지문에 와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 때문에 피곤해 죽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정작 김씨가 가지고 있는 장비는 쇠막대 하나가 유일했다. 외부 충격에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보호장구는 하나도 갖추고 있지 않았다.

김씨는 숭례문 화재 사고가 난 지 2주일 정도 지난 2월 23일부터 경비를 맡고 있다. 종로구청이 고용한 이들 경비원은 2명씩 3교대로 24시간 문 앞을 지키고 있다. 이들은 흥인지문 바로 앞 컨테이너 박스에서 근무하고 있다.

서울시 측은 "CCTV 4대가 설치돼 있어 실시간으로 점검이 가능하고 적외선 감지기가 설치돼 있어 외부인 침입이 있으면 언제든지 감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경비원은 "아직 내부 보호장치는 갖추지 못했고 조만간 설치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뿐이 아니다. 소화기만 있을 뿐 기타 방재 장비는 전혀 준비되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난 숭례문 화재 사건 이후 경비원 6명을 고용한 것을 제외하면 화재에 대비한 각종 시설 투자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소방ㆍ안전 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이유는 서울시가 예산 집행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서울시에 예산 신청을 했지만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예산이 나온 이후에야 보강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흥인지문에는 경비원 외에 사설경비 차량 한 대가 상주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숭례문 화재 사건이 난 후 10여 일간 24시간 동안 경비를 담당했던 경찰은 2시간에 한 번 순찰하는 체제로 시스템을 바꿨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흥인지문 관리 문제는 종로구청 소관이므로 종로구청에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흥인지문은 노후화가 심해 불의의 사고로 유실될 가능성도 있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윤원규 한국건설안전연구원 박사는 "성문 보호를 위해 쌓은 서북옹성을 지난 5년여간 보수공사한 바 있지만 하부 성곽에서 돌 사이가 벌어지거나 깨진 부분이 있고, 목재 는 심하게 갈라진 것도 있다"고 말했다.

[박승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매일경제 구독 ] [주소창에 '경제'를 치면 매경 뉴스가 바로!]


매경인터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