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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돌파구 마련..핵심쟁점은 남아>(종합)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5.16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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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 7차례 진행한 한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중대한 돌파구를 마련했다.

협상 시작 1년 만에 양측이 연내 협상을 끝내겠다는 데 합의하면서 '협상 모멘텀(추진력)'이 다소 떨어진 게 아니냐는 그간의 시각을 불식시킨 것이다.

아직 자동차 등 상품 양허(개방)와 기술표준 등 협상 성패를 판가름할 대형 쟁점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현재까지의 진전 속도를 봤을 때 연말까지는 '끝장'을 볼 만한 상황까지 왔다는 게 양측의 공통된 인식이다.

◇ 접촉 방식 효율화로 협상방식 개편
이혜민 우리 측 수석대표는 15일(현지시간) 4일 간의 공식협상을 마무리한 뒤 브리핑에서 "한.EU 양측이 FTA를 연내 타결하기로 합의했다"면서 "현재까지의 진전을 감안할 때 연내 타결이 가능하다는 데 양측이 의견을 같이했다"고 협상 결과에 자신감을 보였다.

가르시아 베르세로 EU 수석대표도 "연내 타결이 가능할 것"고 동의했다.
이 대표는 아울러 앞으로 서울에서 열릴 8차 협상을 '타결선언의 장'으로 만든다는 구상도 밝혔다.

'잔가지 치기'는 어느 정도 마무리됐으며 이제 '주고받기'를 위한 준비 절차에 들어갔음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7차 협상에서 양측의 준비가 충실해 민감한 사안은 견해 차가 좁혀지지 않았지만 협상 전반은 진전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물론 핵심 쟁점에 대한 양측의 견해 차가 커서 아직 패키지 딜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EU 양측은 타결 목표 시한으로 합의한 연말까지 속도감 있는 진행을 위해 협상 진행 방식도 전면 개편할 방침이다.

수십 명에서 100명 대의 대규모 협상단이 서울과 브뤼셀을 오가는 방식 대신 수시로 분과별 회기간협상을 벌여 쟁점을 최소화한 뒤 대형 쟁점은 통상장관급 회담과 수석대표 간 절충을 통해 해결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EU 양측이 이런 합의를 이룬 것은 타결 후 거둘 수 있는 이익과 협상 모멘텀이라는 차원에서 봤을 때 지나치게 협상이 늘어지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 7차 협상, EU 원산지-韓 지리적 표시 양보 성과
한.EU FTA 7차 협상은 연내 타결 합의 외에 구체적인 쟁점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가르시아 베르세로 EU 측 수석대표의 지적처럼 상품 양허, 자동차 기술표준과 더불어 협상의 3대 관건으로 꼽혀온 원산지 규정과 EU가 중시해온 지리적 표시(GI) 보호의 강화문제가 동시에 실마리를 찾았다.

EU는 협상 시작 이래 FTA를 발효할 때 특례관세의 적용대상이 되는 '한국산 제품'의 판정근거로 높은 부가가치비율과 국제관행상 상품분류기준인 세번 변경기준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대표 수출품목인 자동차의 경우 한.미 FTA에서 '한국산' 판정기준인 부가가치비율이 45%인데 비해 EU는 60%를 요구했다. 세계 최고 선진국부터 개발도상국이 공존하는 EU와 달리, 부품과 소재의 '글로벌 소싱'이 진행 중인 한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우리 측은 협상 초반부터 "이런 조건으로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EU는 자신들이 해온 다른 FTA에서도 이 기준이 적용됐다는 점, 27개 회원국의 동의가 있어야 해 입장 변경이 힘들다는 점을 내세워 거부해왔다.

그러나 이번 7차 협상에서 EU는 처음으로 기계와 전기.전자, 광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이른바 '결합기준' 대신 두 기준 가운데 하나를 선택적으로 적용한다는 방침과 내달까지 모든 품목에 대한 입장을 제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우리 측은 대신, 지리적 표시(GI) 분야에서 '유연성'을 발휘해 GI의 보호수준을 높여달라는 EU의 요구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주류는 물론, 세계적 고급 농산물과 가공식품 중심지인 EU는 이 분야에서만 보호하고 있는 GI가 750여 개 품목에 이르고 특히 품목도 회원국에 널리 분포하고 있어 '정치적 민감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해 우리 측도 양보를 한 것이다.

◇ 최대 관건은 車.서비스
그러나 타결 목표 시점에 대한 합의가 협상의 성과를 보증해주는 것은 아니다. 양측 협상대표가 매번 협상을 할 때마다 지적한 것처럼 시간보다 협상의 내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최대 쟁점인 자동차 기술표준과 상품 양허 문제는 이번 협상에서도 성과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우리 측은 지난해 11월 5차 협상 전, EU에 대한 조기 관세철폐율(즉시 철폐+3년 내 철폐)을 72%선까지 끌어올린 양허 개선안을 제시하며 EU가 7년으로 제시한 자동차 관세철폐기간을 단축해줄 것을 촉구했지만 EU는 자동차 기술표준에 대한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관세 조기철폐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기간통신사업자의 외국인 지분제한과 같은 서비스 분야도 난제다. EU 측은 협상 때마다 한.미 FTA의 합의 수준에 '플러스'를 요구하고 있지만 한.미 FTA 당시 미국의 요구를 어렵게 정리한 한국으로서는 수용하기 힘든 요구 조건이다.

EU 측은 이에 대해 "한국도 EU에 한.미 FTA보다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한 것이 있다"면서 여전한 공세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양측은 이런 민감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분과 간 협상이 아닌 통상장관급 회담이나 수석대표 간 절충을 통해 해법을 찾으려 하고 있지만 쟁점 자체가 워낙 커 타결까지는 여러 고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원산지 문제 역시 EU의 입장 선회는 분명한 긍정적 신호지만 낙관은 이른 상황이다.
EU의 입장은 아직까지 핵심 품목에 대해 그 동안 고집해온 '결합기준' 대신 우리 측이 요구해온 두 기준 중 하나를 선택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것일 뿐, 과도하게 높게 설정된 부가가치 비율을 대폭 낮추겠다고 확언한 것이 아니며 개성공단 문제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 듯 이 수석대표는 "착륙지점은 이번 협상을 통해 분명해졌고 착륙을 할 지는 이후 협상에 달렸다"고 말했고 가르시아 베르세로 대표도 "타결 내용이 협상 일정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내용에서 진전이 없으면 일정이 늦어질 수도 있다"고 분명하게 언급했다.

jski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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