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연구]청와대 대변인 이동관

2008. 5. 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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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 위기 직면한 'MB정권의 입'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위기를 맞고 있다. 강원도 땅 매입 과정의 비위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이를 취재 보도하려던 언론사에 청탁을 넣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의 부동산 투기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 곤혹스러움은 배가됐다. 청와대 대변인이 정권적 사안이 아닌 '자신의 문제'로 압력성 청탁을 '감행'했다는 사실이 특히 충격적인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이 대변인은 2004년 자신을 포함한 지인 3명과 춘천시 신북읍 농지 1만여 ㎡를 매입하면서 거짓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했다. 부인 명의로 이 땅을 구입했는데, 부인이 외국에 있다고 거짓으로 기재한 위임장을 토대로 농업경영계획서를 대리 제출하고 농지를 취득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국민일보 취재팀의 취재로 밝혀졌고 국민일보 노조는 특종 보도가 지면에 실리지 못한 사실과 관련해 "이동관 대변인이 국민일보 변 모 편집국장과 사회부장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기사를 내보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정치부장 시절 이 대통령과 친분

이동관 대변인은 4월 30일 일부 언론을 통해 자신의 외압 의혹을 사실상 시인했다. 그는 "새로운 팩트(사실)가 아니니 상식에 맞게 처리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압력은 아니었고 "좀 봐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는 것이 이 대변인의 해명이다. 국민일보 변 모 국장과는 언론사 입사 동기로 6개월간 함께 산업 시찰도 다니고 교육받던 사이로 상당히 친한 편이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속된 말로 친구끼리 '봐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대변인은 가능한 '사뿐하게' 이 사안을 넘기고 싶었지만 사태는 그렇게 굴러가지 않고 있다.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야당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청와대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간 청와대의 정무 기능, 수석들의 재산 문제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던 한 재선 의원은 "잘못 그 자체보다 잘못을 감추고 호도하기 위한 이상한 행태들이 국민의 공분을 사는 것"으로 개탄했다.

내정자 신분이었던 지난 2월,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업무 인수인계 차 청와대 춘추관을 찾았다. 그는 감개가 무량했을 것이다. 청와대 출입기자 시절, 그가 이곳 춘추관을 총괄하는 대변인의 자리에 오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동아일보 정치부 평기자를 거쳐 도쿄(東京) 특파원, 정치부장과 정치담당 논설위원까지, 거의 정치부에서만 잔뼈가 굵은 '베테랑 정치부 기자'였다.

그는 정치부 기자로서 탁월한 순발력을 발휘했다. 취재원 관리가 철저해 그가 기자 시절 쌓은 인맥도 방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정치부장이 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을 쌓았다. 대변인 발탁 당시 최측근 MB맨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현역 시절 정치부 기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직관력을 보여준 사람"이라며 이 대변인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그는 뒤늦게 이명박 후보 캠프에 공보특보로 합류했다. 정치권 인사들과 두루 관계가 좋고 특유의 정치 감각을 인정받아 당시 이 후보의 신뢰가 각별했다. 대선 캠프에서도 공보 업무를 사실상 총괄했다. 이 후보는 물론, 김윤옥 여사의 인터뷰 등 언론 노출과 관련한 현안을 모두 챙겼다. "나를 통하지 않고는 인터뷰 문제를 조율할 수 없다"는 원칙을 관철, 거의 모든 기자가 그를 최종 창구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가 제시한 대언론 관련 아이디어도 이 대통령으로부터 '진정성이 있고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선 과정에서 아프간 탈레반 무장 세력에 의한 한국인 납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 대통령에게 경선 일정을 일부 취소하고 이 대통령이 알고 있던 중동 지역 지도자들에게 피랍자들의 석방을 위해 애써달라는 서신을 쓰도록 조언한 사람이 바로 이 대변인이다. 그는 대선 과정 내내 공보상황실을 꾸려 '24시간 대기 체제'를 구축하며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최전선에서 싸웠다.

이 대통령의 대선 승리 후 인수위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새 정권의 이른바 '프레스 프렌들리(Press-friendly)' 방침을 선언했다. 당시의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취재경쟁이 치열한 정권 이양기에 자칫 불협화음을 빚을 수도 있는 대언론 관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당선인 시절 이 대통령을 수시로 독대하며 두터운 신임을 과시하기도 했다.

'프레스 프렌들리' 방침 선언

당초 그는 '4·9 총선'에서 서울 도봉 갑 지역구에 출마해 통합민주당 김근태 의원과 한판 맞대결을 벌이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이 대통령이 그를 설득해 새 정부의 초대 대변인으로 낙점했지만 4년 후 총선에서는 출마가 거의 확실한 인사로 분류됐다. 정계로 본격 진출한 것은 "4년만 연기해달라"는 이 대통령의 간곡한 권유를 끝내 물리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그를 주축으로 하는 현 정부의 동아일보 인맥은 막강하다. 동아일보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가장 '프렌들리'한 언론으로 각인됐고 대선 과정과 정권 출범기에 이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우호적인 기사로 편파성 시비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동관 대변인을 비롯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대선 과정에서 최규철(전 동아일보 논설주간), 김종완(전 동아일보 편집부국장), 임연철(동아일보 논설위원)씨와 김시관(주간동아) 기자 등이 캠프에 참여했다.

인수위 대변인 시절 그는 "정당하게 축적한 부까지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장관 내정자들의 부동산 과다 보유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그의 부동산 취득 과정이 과연 '정당한 부의 축적'이었는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춘호 여성부 장관·박은경 환경부 장관·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임명도 되기 전에 낙마했고 박미석 사회정책수석의 사퇴로 이어진 상황에서 터진 이동관 파문은 심각하다. 새 정부의 요직에 앉은 몇몇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 정권의 본질적·구조적 도덕 불감증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심에 이 대변인이 위치하게 된 것이 그의 불행이라면 불행이다.

<한기홍 편집위원 glutton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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