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줘도 안 먹는 쇠고기, 한국은 대환영?

2008. 5. 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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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박형준 기자]

수원세관 내 모 냉장보관창고에서 냉동보관중인 '내셔널비프' 메이커의 미국산 쇠고기. 일본에서는 등뼈가 발견돼 해당 메이커 제품이 반품됐지만, 한국인은 그냥 먹어야 한다.

ⓒ PD수첩 갈무리

지난 4월 29일에 MBC <PD수첩><pd첩>이 방영했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에서는, 일부 눈이 날카로운 누리꾼들의 시선을 확 당기는 장면이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갈무리 이미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사진에 나와있는 상표 '내셔널비프(National Beef)', 미국의 축산업체 브랜드 중 하나다. 중요한 것은, 일본에 수입된 이 회사 쇠고기 중에서 등뼈가 붙은 쇠고기가 발견돼 이 회사의 제품을 철거시켰다는 사실이다.

NHK 등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등뼈가 든 27㎏짜리 '내셔널비프' 메이커의 미국산 쇠고기는, 일본의 대형 음식점 체인 '요시노야'가 '이토츠 상사'를 통해 2007년 8월에 수입한 17톤 규모의 쇠고기 700 상자 중에서 발견된 것이다.

해당 쇠고기는 일본의 식품점에서 철거됐으며, 일본 정부는 일단 캘리포니아 주 소재의 '내셔널비프'에서의 쇠고기 수입을 '일단 유보'시켰다. 수입검역 과정 역시 달라졌다. 1~2% 한도내에서 진행되던 표본검사의 범위는 10%로 확대됐다고 한다.

다른 나라에 보내려던 쇠고기... '다른 나라'는 한국?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내셔널비프' 쇠고기와 관련된 미국 측(주일 미국대사관)의 해명이다. 많은 독자들이 알고 있지만, 한번 더 짚고 넘어가보도록 하자.

"다른 나라에 보내려던 쇠고기가 잘못 들어간 것으로 일본에 출하를 의도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 누리꾼들은 해당 소식을 접하며, 비아냥삼아 "저 '다른 나라'는 한국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 비아냥에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을 깜짝쇼하듯 진행시킨 이명박 정부에 대한 원망이 다소 과장섞여 드러난 것이었다.

하지만, <PD수첩>에서 방영된 저 장면을 통해 주일 미국대사관이 밝힌 '다른 나라'란 한국이라는 심증은 보다 명확해졌다. 수원세관의 모 냉장 보세 창고에서 7개월째 발이 묶여 냉동상태에서 보관 중인 정체불명의 미국산 쇠고기는, 갈무리 이미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바로 그 문제의 '내셔널비프' 쇠고기였던 것이다.

일본에서 문제됐던 등뼈 붙은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된 시점은 2007년 8월, 수원세관의 모 냉장 보세 창고에 냉동 상태로 보관중인 저 쇠고기는 2007년 10월에 수입됐다.

저 쇠고기는 이제, 5월 중순부터 얼마든지 유통시킬 수 있으며,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와 더불어 이루어졌던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으로 인해 일본에서처럼 '수입 유보'도 불가능하다.

미국의 동물 사료 제조에도 쇠고기 활용은 금지됐다. 하지만, 한국인은 먹어야 한다. 이 현실이 말하는 한국인의 처지는 무엇일까?

ⓒ 로이터 통신 기사 갈무리

한 마디로, 속절없이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누가 어디서 먹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무차별적으로 들어오는 미국산 쇠고기를 속절없이 접해야 하는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하는 외신의 기사도 있다. 살펴보도록 하자. <로이터> 4월 24일자 기사 ' FDA banscertain cattle parts from all animal feed'의 일부다.

"U.S. makers of pet food and all other animal feed will be prevented from using certain materials from cattle at the greatest risk for spreading mad cow disease under a rule that regulators finalized on Wednesday. (미국의 애완동물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사료제조업자들은 광우병으로 엄청난 위험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소의 어떤 부위도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됐다.)"

물론, 기사 전체의 맥락은 "사료에 대한 규정까지 FDA가 개입함으로써 특히 위험한 특정부위를 뺀 사료를 활용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신뢰도를 재고하겠다"는 내용이다.

FDA의 이 규정 강화는 이명박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오붓한 '카트라이더' 게임을 벌이면서 내준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이라는 댓가의 유일한 전제조건이다. 하지만 이 유일한 전제조건도 '내셔널비프'라는 상품 메이커가 눈에 보인 순간,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뿐일까? '도축과정에서 다른 부위로의 전이'에 대해서는 여전히 속수무책이다. 결국 오명을 하나 더 뒤집어쓰게 됐다. 저 '눈 가리고 아웅'으로써, 대책이 없는 쇠고기를 먹어야만 하는 비애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도 대통령과 정부에 의해서 말이다.

'광우병 위험 쇠고기'를 '광우병 위험 쇠고기'라 부르지 못하니...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친숙하게 접하는 고전문학작품 중 하나는 허균의 <홍길동전>이다. 아버지는 지체높은 양반이었지만, 어머니는 첩도 아닌 여종이었다. '서얼'도 아닌 '천얼'이기에 뭘 해보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울분의 나날을 보내던 홍길동. 그리하여, 홍길동은 '아버지' 아닌 '대감 마님'에게 이렇게 하소연한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니…."

이제 우리도 '홍길동'과 전혀 다를게 없는 신세로 전락했다. '광우병 위험 쇠고기'나 '등뼈 붙은 쇠고기'가 발견되도 일본처럼 조치를 취하려면 미국 측과 상의를 해야 한다.

그런데 미국이 미쳤나? '사료'까지 세세하게 관리해야만 하는 광우병 위험 쇠고기를 속절없이 소비할 인구 4800만의 시장을 가만히 포기할 리가 없다. 내가 미국 측 관계자라도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

결국, 앞서 이야기했듯이 속절없이 먹어야 한다. 인간 광우병 위험 증세가 언제 어디서 나타나도 우리는 무엇 하나 해볼 수가 없게 됐다. 먹는 것 외엔 도리가 없다. <PD수첩>도 보도하지 않았나. "수입회사 입장에서는 환영이며 미국산 쇠고기가 70% 이상 들어올 정도로 대세"라는 수입업자의 언급을 인용했던 것을 기억하라.

누리꾼들의 우려대로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발언권이 약한 학생과 군인이 가장 확실하게 위험에 노출됐으며, 라면 스프·젤리·화장품·쇠고기맛 조미료 등, 누구라도 안전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원산지 표시'를 확실히 지킬 것이라고 하는데, 그게 어디 하루아침에 되는 일일까? 일본에서처럼 시중 음식점으로 흘러들어갈 미국산 쇠고기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 대통령이 언급한 한우 고급화, 돈 없는 것들은 한우 먹을 생각 말라?

17일 이명박 대통령의 만찬 테이블에 오른 '몬테나'산 쇠고기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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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은 소비자는 물론이고, 농민의 처지마저도 위태롭게 한다. 유통과정에서도 미국산 쇠고기가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며, 대통령이 아무리 '원산지 표시'를 언급해도 작정을 하고 속일 궁리를 하는 업자들은 막을 방법이 없다.

'미국산 쇠고기'가 '한우'로 둔갑할 경우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한우의 신뢰도 문제도 걸릴 것이며, 유통과정에서의 문제로 인해 한우는 고사될 것이다. 동물학적으로는 '멸종'이라는 표현도 성립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농민의 그런 우려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이렇게 발언했다.

"미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들어올 수 있는 건 다 개방하는 게 맞다. 그 다음은 소비자 몫이다. 어떻게 전화위복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냐, 세계 어느 나라의 값싼 쇠고기가 들어와도 값 비싼, 질 좋은 쇠고기로 경쟁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줘야 할 책임이 있다.일본 화우는 우리 쇠고기 값의 10배다. 소 한마리 가격이 1억원 하는 소가 일본에서 생산되고 있다. 우리도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으면 일본처럼 최고의 쇠고기를 먹으려는 수요자가 많아질 것이다. 앞서가는 축산농가는 개방을 해도 얼마든지 (경쟁)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여론도 봐야 하지만 우리가 올바르게 일해 나가면 잠시 이해가 부족해도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국민으로부터 지지와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이건 한마디로,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으면 최고의 쇠고기를 먹으려는 부자들이 더욱 늘어날테니 그들을 대상으로 값 비싸고 질 좋은 쇠고기로 경쟁하라'는 이야기로 볼 수 있겠다. 물론, 서민은 지금도 한우 고기를 먹지 못한다. 큰맘 먹고 한우 고기를 구입해도, 그게 한우인지 아닌지 확신이 안들 때도 많다.

그런 상황에서, 서민에게는 '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를 안겨주면서, 부자들을 대상으로 한 '고급화된 한우'로 살 길을 찾아보라는 이야기다.

내가 왜 앞에서 <홍길동전>을 인용했을까? '광우병 위험 쇠고기'를 속절없이 먹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한 한국 사회의 서민들을 비유하기에도 좋은 고전이지만, '홍길동'이 신분의 벽에 막혀 포부를 펼치기는커녕 모욕과 천대, 갖은 비인간적인 처우에 시달리는 장면도 기억해야 한다.

위의 발언에서 느껴지는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한마디로, 이명박 대통령은 '돈(재산)'을 신분을 결정하는 잣대로 판단하고 있다. 홍길동이나 임꺽정이 신분이 천하다는 이유로 비인간적인 모욕에 시달렸듯이, 서민은 '돈이 없으니', 미국의 개도 안먹는다는 '생후 30개월 이상의 뼈 붙은 쇠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위장전입·위장취업·부동산 투기·공문서 위조하면 '한우' 먹어도 되나?

대통령이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니, '한우'를 당당하게 먹으려면 서민은 부자가 돼야 한다. 한미FTA의 걸림돌이었던 '쇠고기 협상'이 타결됐으니, 교육·의료 전반에 걸쳐 부자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도 조성될테니, 우리는 더더욱 부자가 돼야 한다.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은, 이미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후보로서 검증을 거치면서 떠들썩하게 보여준 바 있다.

간단하다. 위장전입과 위장취업을 불사하면 된다. '당연지정제'가 존폐의 위기에 처하면서 그 향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건강보험이 유지되는 동안에는 우리도 건강보험료를 1만3000원만 내면 된다. 아니, 이명박 대통령보다 우리의 재산이 더 적은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5000원 이하로 내도 될 것이다.

그 다음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초기에 구설수에 올랐던 장관 내정자들처럼 "땅을 사랑할 뿐 투기는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내세울 배짱을 갖고 가족에게 축하할 일이 생기면 '오피스텔'을 선물하면 된다. 부동산은 땡빚을 내서라도 사두면 사둘수록 좋다. '뉴타운' 바람이 그 댓가를 보장할테니 말이다.

이제는 수석비서관들의 차례다. 당연히 농사를 안짓겠지만, 그래도 농지를 취득하는 것이 필수다. '영농계획서 위조' 마찬가지로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20대 자녀가 있다면 '편법 증여'를 불사하면서라도 상속세를 절감하고 빌딩이나 땅을 물려주도록 하자.

과거 김영삼 정권 초기에 실천된 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빌딩의 명의를 9살난 손자로 돌려놓은 정치인이 있어 한동안 "아빠는 뭐하셨느냐"는 표현이 유행어였던 적도 있었음을 다시 기억하라. 그 당시 이명박 신한국당 의원도 '도곡동 땅 의혹'이 진작부터 제기됐던데다가, 소유한 빌딩의 가격을 공시지가의 절반 가격에 공개했다가 엄청난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민들에게 "당신들도 '일본의 화우처럼 고급화된 한우'를 먹으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남긴 것이나 다름없다. 한우를 먹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일 줄이야. 한우를 먹으려면 법을 어겨야 한다는 법칙이 도출된다.

당부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수천만 인간의 원한'을 잊지 말라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을 맞이해, 나는 '취임 축하합니다, 하지만 당신과 싸우겠습니다'라는 기사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취임 첫날, 그 기쁨과 함께 당신의 수많은 불법비리 의혹에 대한 반성과 시도하려는 정책으로부터 유도될 '수천만 인간의 원한'도 동시에 기억하길 바랍니다. 이 글과 함께 드리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로서의 제 마지막 부탁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제 막 임기 2달을 넘겼다. 그런데, 그 두달만에 '땅부자 내각 및 비서실' 파문과 '한반도 대운하' 논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 논란에 이어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으로, 이명박 대통령 본인의 미니홈피 방명록조차도 닫아야 할 정도로 비난에 노출됐다. 그러게, 부자들 위하는 일도 정도껏 하라고 내가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나. '수천만 인간의 원한'이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이야기인가?

쇠고기 가공처리를 하는 웨스틀랜드 미트컴퍼니의 홀마크 미트패킹 도살장에서 노동자들이 도살소를 몰아넣으면서 소를 발로 차거나 포크리프트 블레이드로 때려 소들이 고통 속에 비명을 지르는 장면의 비디오 장면이 나왔다. 사진은 캘리포니아 치노 홀마크미트 패킹도살장 주자장에서 순찰하는 민간경비원.

ⓒ AP=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이 원하는 세상이 보인다. 신분을 결정지을 매개체로 '재산'을 지정한 가운데, 상위 1%만을 조선시대의 '양반'으로 인정하면서, 그네들만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려하는 것이다.

교육·의료에 이어, 먹을거리에서마저도 신분의 차이에 따라 차등을 둘 수 있게 하라는 이야기를 당당히 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새삼 놀랍다.

하지만, 잊지 말라. '수천만 인간의 원한'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겠다. 궁지에 몰린 쥐는 반드시 고양이를 향해 덤비기 마련이다. 왜? 현실이 '이판사판 공사판'이라면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게 인지상정이다. 인간의 그런 심리를 잊지 말길 바란다.

그래서 '백골단'도 부활시킨 것일테지만 과연 '백골단'만으로 그 심리를 누를 수 있을까? 민주주의의 맛을 나름대로는 맛볼 만큼 맛본 국민들이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과 다르다는 것, 절대 잊지 말길 바란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수천만 인간의 원한을 잊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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