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백지영, "악플? 내가 택한 일이니 감수해야"

입력 2007. 10. 1. 12:10 수정 2007. 10. 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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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손연지 기자]누구나에게 오지 않을 법한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서 긴 공백기를 거친 후에야 가요계로 돌아온 백지영.

동정과 비난을 동시에 받던 때가 분명히 있었지만 이제는 팬들의 따뜻한 응원과 주위의 부러운 시선이 가득해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지난해 선보인 5집 앨범 수록곡 '사랑 안해'로 재기에 성공한 백지영은 딱 1년 만인 지난 9월, 6집 앨범 '여섯 번째 기적'을 발표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새 타이틀곡 '사랑하나면 돼'는 발표하기 무섭게 각종 오프라인과 온라인 앨범 인기 차트 상위권을 꿰찼고, 요즘 부쩍 출연제의가 많아진 TV 예능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댄스가수 시절 못지않은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백지영 재기에 가요 관계자들은 물론 대중들까지도 유독 입을 다물지 못하는 것은 미처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가수들의 데뷔 연령이 점차 낮아지면서 어느새 아이돌 가수들이 점령한 현 가요계에 섹시가수의 한 이미지로만 굳혀졌을 뿐만 아니라, 이미지에 원치 않은 흠집마저 나고만 서른 두 살의 여가수가 젊은 음악팬들을 다시 사로잡을 것이라는 예상은 아무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백지영은 이토록 큰 불신을 노래 하나로 잠재웠고 매를 들지 못해 안달 난 듯한 안티팬들도 그녀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남들보다 두 배 힘든 상황에서 두 배 이상의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좋은 곡을 만난 것이 가장 큰 동력으로 보이지만, 이처럼 '운'이 전부라고 하기엔 백지영이 이룬 결실이 너무나 크다.

요즘 백지영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그녀 스스로가 신인의 기분을 느끼게 할 만큼 엄청나게 뜨겁다. 이것은 데뷔 8년차 가수의 속내가 뒤늦게 알고 싶어진 팬들의 단순한 관심이 아닌 그간 미처 몰랐던 백지영의 무한한 능력에 대한 감탄의 표시가 아닐까.

오랜만에 만난 백지영은 <데일리안 스포츠>와의 한 시간이 조금 넘는 길지 않은 대화에서도 프로에게만 느낄 수 있는 무게감을 충분히 느끼게 했다. 그리고 강인함과 동시에 느껴지는 편안함, 무한한 신뢰를 갖게 하는 성실함과 겸손한 모습은 백지영이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었는지'를 굳이 물어볼 필요 없게 만들었다.

'변신'에는 거부 반응이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완벽히 해냈고, 그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비결이라면..

왜 내가 잘 됐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이 내가 '사랑 안해'란 곡을 들고 나왔을 때, 10~20대 초반 팬층의 박수만을 받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좋아할 만한 친근하면서도 촌스럽지 않은 곡(사랑 안해)을 선택해 다양한 층의 팬들 귀를 만족시켜준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일까? 예전의 조금은 구수한 느낌이 나는 발라드를 그리워한 가요팬들의 목마른 부분을 때마침 나타나 잘 적셔준 것 같다.

댄스곡을 부를 때도 그랬고, 발라드를 부르는 지금도 히트곡을 참 잘 탄생시킨다. 시나리오를 유독 잘 고르는 배우가 있듯, 곡 선택을 탁월하게 하는 가수로서의 능력이 있는 것인지..

바로 그런 점이 가수와 배우가 비슷한 부분 같다. 작품이 그렇듯 곡도 '히트를 칠 것 같은 '필(feel)'이 딱 올 때가 있다. '사랑 안해'만 해도 대중들이 좋아할 거라는 확신을 나뿐만 아닌 회사사람들 모두가 했다.

사실 처음 그 곡을 받았을 때는 '너무 뻔하고 흔한 멜로디가 아닐까'해서 좋아만 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르면서 느끼는 감정은 달랐다. 애잔하면서도 편안하고 익숙한 멜로디가 곡의 큰 장점으로 느껴졌다. 히트곡이 될 노래들은 직접 불러봤을 때 미리 어느 정도의 '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발라드가수로서의 부족하지 않은 능력을 인정받게 됐지만 사실 이번에 내세운 '사랑하나면 돼'란 곡은 '사랑 안해'와 굉장히 비슷해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사실 스스로도 많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사랑 안해'가 무척 많은 사랑을 받았고, 내가 소화할 수 있는 느낌의 곡으로 대중들의 귀를 확실히 사로잡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발라드 가수로서의 분위기를 굳힐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자) 그런 욕심을 조금 부렸다.

댄스 가수일 때와 발라드 가수로 활동하면서 느끼는 특별한 차이점은?

전보다 몸이 편해지긴 했지만 발라드가 좀 더 어려운 것 같다. 춤추며 노래할 때는 표정과 몸짓을 화려하게 하기 때문에 약간의 실수 정도는 가려질 수 있다.

하지만 발라드의 경우 오직 가창력으로 승부가 나기 때문에 무대가 더욱 조심스럽다. 긴장감을 안고 살게 되니 성격도 예민하고 좀 까칠해진 것 같다. 춤과 노래를 동시에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더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리듬에 맞춰 호흡하기 때문에 노래 부르는 것이 오히려 더 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간주 후주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아직도 많이 헤매고 있다. 노래를 부르지 않는 동안 시선을 어디다 둬야할지 손짓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매우 난감하다. 얼마 전 MBC <음악중심> 무대에서 처음으로 눈빛 연기를 한번 해봤는데 스태프들이 너무 웃어서 민망해 혼났다. 발라드, 정말 어렵다.

한 때는 가수들의 지나친 예능프로그램 출연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베테랑 가수들이 '싱어테이너'로 영역 넓히기에 나서고 있다. 백지영의 경우는 댄스가수 때보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조금 줄어든 것 같다.

많이 게을러서 그런지 몰라도 내게는 노래하나 하는 것조차 너무 힘들고 버겁다. 단, 라디오 DJ는 욕심을 좀 내고 있다. 직업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으면서 또 다른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란 점에서 무척 해보고 싶다.

평소 친하게 지내고 있는 하하나 (차)태현, (안)재욱 오빠한테 물어보면 스스로들 DJ란 직업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TV처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일반 사람들의 사연을 함께 접하고 대화하면서 좀 더 진실한 삶을 배워볼 수 있어 더욱 보람될 듯하다.

네티즌들의 악플이 눈에 띄게 줄었다. 안티팬이 확연히 줄어든 상황을 스스로 실감하고 있나?

사실 연예인 중 나만한 '컴맹'이 또 있을까. 인터넷 기사에 '댓글 보기' 기능이 있는 것을 며칠 전에야 알았다. 그래서 악플이 많고 적고의 상황을 스스로는 잘 느끼지 못했다.

내 경우 안티팬의 질타보다 힘들었던 것은 나의 실수로 인해 가족이 많은 고통을 겪는 것을 지켜봐야했을 때다. 악플은 연예인이란 직업상 따를 수밖에 없는 고충이고, 내가 선택한 일이니 감수해야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본다.

벌써 데뷔 8~9년째라 이골이 난 것도 있지만, 30대 초반의 미혼 여성의 평균 수입보다 많은 내 상황을 오히려 감사해야함이 맞지 않나. 그래도 다른 여자 연예인에 비해 공인이라는 이유로 느끼는 불편한 점은 별로 없는 편이다.

얼마 전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출연해 오랜만에 댄스를 선보여 큰 환호를 받았다. 댄스가수 백지영이 돌아오기를 원하는 팬들도 적지 않은 듯하다. 앞으로의 방향이 궁금하다.

발라드를 부르고 있는 지금 못지않게 댄스 음악을 할 때도 매우 행복했다. 즐거움으로 따지자면 그 때가 더 컸던 것 같다. 듣는 사람 못지않게 부르는 사람도 즐겁게 해주는 것이 바로 댄스 음악의 장점이다.

발라드로 다시 잘 됐다고 해서 댄스를 더 이상 안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좋은 댄스곡과의 연이 닿는다면 언제든 댄스가수로서 다시 무대에 설 마음을 갖고 있다.

가수의 수명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다시 사랑해 주시는 많은 분들 때문에 힘을 얻어 요즘 자신감이 부쩍 생겼다. 적어도 서른여섯 살 정도까지는 거뜬히 무대에 설 수 있을 듯한 예감이 막연히 든다. 댄스든 발라드든 가수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한 계속해서 노래하는 임무를 충실히 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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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미디어/ 손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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