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365] 황제 '황제내경'
우리는 마음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자주 몸의 증상으로 치환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순간적으로 강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두통이 오고, 화난 상태에서 음식을 먹으면 체하고, 환경이 바뀌어 마음이 불안하면 설사를 한다. 몸과 마음이 유기체처럼 연계되어 있고, 그것은 또한 자연의 질서에 조응하고, 자연의 질서는 우주의 운행 이치와 상응한다는 이론이 동양의학의 기본이다.
'황제내경'(황제 지음·이창일 옮김·책세상)은 동양의학의 고전이다. 한창 몸과 마음에 대해 공부할 때 아쉬웠던 점은 정신분석이나 심리학에 관한 책과는 달리 의학 서적은 일반 독자가 읽을 만한 것이 드물었다. 대체로 고전에 주석을 달아놓은 정도였고 일본 책을 중역한 것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 책을 만났을 때 몹시 반가웠다. 이 책은 동양의학의 고전을 보편적 언어와 현대적 문장으로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해 놓았다. 역자는 원래 심리학을 공부했는데,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인간의 문제가 있어서 동양의학을 공부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나는 밑줄을 까맣게 그어가며 이 책을 읽었다. 몸에 병이 들어오는 요인과 그것을 내보내는 방법들, 오행과 오장과 오감의 상응 관계들,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삶의 방법 등을 알게 되었다. 요즈음은 마음이 우울하다는 사람, 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물한다. 마음이 아프다고 백날 심리치료만 받는 건 효과가 없다. 약해진 몸을 함께 치료하지 않으면 우울증에도 요요현상이 일어난다. 약한 심장이나 과민성 대장증상도 마찬가지다. 감정 영역을 함께 보살피지 않으면 평생을 두고 반복되는 지병이 될 뿐이다.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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