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고객이 흘린 한마디를 담아라"

2007. 1. 11.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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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5층 고객쉼터에는 최근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노트북 컴퓨터가 설치됐다. "인터넷을 사용해야 하는데 가까운 PC방이 어디 있느냐"는 고객의 문의를 안내데스크 여직원이 기억해뒀다가 회의시간에 보고해 이뤄진 일이다.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 노트북은 신촌점,미아점 등 남성 고객이 많이 찾는 매장으로 확대 설치됐다.

백화점의 안내 여직원들이 가이드 역할을 넘어 현장의 고객 불만을 찾아내는 정보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들의 1차 업무는 안내데스크를 지키며 매장 및 편의시설 위치,상품행사 안내 등 각종 문의사항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러나 고객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다 보니 고객이 무심코 내뱉는 호소나 바람 등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정보수집 활동은 백화점의 고객 만족 개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현대백화점 미아점에서는 "어디 휴대전화 충전할 데 없나…"라는 고객의 혼잣말을 안내직원이 듣고 간부에게 보고해 며칠 뒤 무료 급속 충전기를 설치했다. "유모차를 가지고 엘리베이터 타기가 참 힘들다"는 젊은 주부들의 푸념이 전달돼 엘리베이터 한 대를 '유모차 전용 엘리베이터'로 용도를 변경하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백화점에 들어오는 고객들이 "날씨가 추우니까 문손잡이를 잡기가 싫다"는 불평을 듣고 안내직원이 상부에 보고해 전 점포의 출입구 손잡이에 벨벳 커버를 씌웠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의 경우 직원이 푸드코트에서 엄마가 아이에게 초밥을 먹일 때 고추냉이를 일일이 발라내는 것을 보고 이를 개선해 어린이용으로 고추냉이를 뺀 초밥 메뉴를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

백화점들이 안내직원들을 정보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불만을 표시하는 데 소극적인 국내 소비자들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백화점들은 불편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전화,엽서,이메일,고객상담실 등을 운영하면서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지만 싫은 소리를 직접 표현하기 싫어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속내를 드러내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은 2000년부터 전 사원이 고객의 불만을 보고하는 '원트슬립(want-slip)'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대백화점도 안내직원들의 보고 내용을 경영개선회의 시간에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불만을 말하지 않고 발길을 끊는 고객이 가장 무서운 고객"이라며 "고객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기 위해 판매현장의 모든 사원이 귀를 기울이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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