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얼'과 '루키즘', 숨긴 뜻이 숨겨질까

2006. 7. 2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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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박미애 기자]'쌩얼'(화장기 없는 맨얼굴) 신드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번듯한 쌩얼 사진 한 장 갖고 있지 않으면 미인 축에도 낄 수 없다. 노메이크업 상태론 스냅 사진 한 장 찍기도 꺼려하던 연예인들이 이제는 쌩얼 사진을 개인 블로그에 올려놓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팬들은 쌩얼이야말로 진정한 미인을 가려내는 잣대라며 입수한 쌩얼 사진을 경쟁하듯 인터넷에 유포시키고 볼 때마다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사진을 놓고 나름의 평가를 내린다.

하지만 그들이 세워놓은 '쌩얼 미인'='진정한 미인'은 단순한 등식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지수가 개입된 방정식과도 같다. 보이지 않는 미지수는 쌩얼과 대비되는 설정, 편집 등 인위적인 작업을 포함한다.

인터넷에 유포된 쌩얼 사진 중 이상하게 찍힌 걸 본 적이 있나. 쌩얼 사진은 본인이나 측근들에 의해 생성되기 때문에 그럴 일은 거의 없다. 보통 사람들도 이상하게 나온 사진은 없애 버리기 일쑨데 하물며 이미지에 살고 죽는 연예인들이야.

맨얼굴보다는 꾸민 얼굴이 더 예쁘다. 메이크업을 다한 상태에서 사진을 찍어도 마음에 들지 않은 사진이 나온다. 그런 사진들을 놓고 언론사와 연예인들 간 벌어지는 마찰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사진 때문에 울고불고 했다는 연예인도 많다.

쌩얼 사진은 용감하게 올리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곱게 단장한 사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삭제해달라고 요구한다. 요구들 중 태반은 무리한 것들이 많다. 이러한 모순적인 행동이 발생하는 까닭은 쌩얼 사진이 스타들의 이미지 관리 또는 홍보의 수단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잘 나온 쌩얼 사진 한 장이 화보 사진 여러 장보다 홍보 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그리고 쌩얼 사진 자체가 갖고 있는 희소성이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점도 홍보에 이용되는 이유가 된다.

이에 대해 정덕현 OSEN 대중문화 평론가는 쌩얼 열풍을 가리켜 '루키즘'(lookism, 외모지상주의)의 결정판이라 설명했다. 그는 "쌩얼 열풍은 지난해 성형, 얼짱/몸짱 열풍과 올해 초 동안 열풍을 거쳐 탄생된 외모지상주의의 발전된 모습"이라며 "성형, 얼짱/몸짱, 동안 열풍이 스타 마케팅에 많이 이용됐던 것처럼 '쌩얼' 열풍 또한 현재 그러한 경향이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타들이 노래나 연기 등 노력이나 실력보다도 외모로 승부를 보려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시작은 '쌩얼 미인'='진정한 미인'이라는 등식을 기반으로 팬들의 순수한 동기에서 출발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가히 열풍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오늘날의 쌩얼 사진 양상은 그것에 열광하는 팬들의 심리와 팬들의 입맛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스타 마케팅과 맞아 떨어지면서 인위적으로 대량 유포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다만 팬들의 순수한 동기가 그들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변질되고 또 상업적으로도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하지 않을까.

oriald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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