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배 시인 "유명 시조시인 친일행적 없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편집위원 = 일제시대를 관통하며 살았던 문인 가운데 유독 시조시인들은 친일행적이 드러나거나 친일시비에 휘말린 사례가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시인협회 회장과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장을 지낸 이근배 시인은 25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소설, 자유시 등 다른 문학장르의 작가로는 친일시비에 오른 이들이 많지만 당대를 풍미한 대표적 시조시인 중에는 한 명도 없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씨는 "잘 알다시피 시에 국한해도 자유시 분야에서는 친일논란에 휩싸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나 시조 분야에서는 그 시비에 휘말린 경우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항일족적이나 옥중생활 등으로 시대에 저항했던 분들이 많았다는 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제시대를 살았던 대표 시조시인은 가람 이병기, 노산 이은상, 초정 김상옥, 조운(월북), 이호우, 위당 정인보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친일시비에서 한결같이 자유롭다는 사실. 이들 작가는 격랑과 변절의 시대흐름 속에서도 난초와 같은 향기와 대쪽과 같은 지조를 지켰다.
특히 초정 김상옥과 그와 함께 등단했던 이호우 등은 모진 옥고를 치르면서도 시작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대표 시조 '근화사'로 유명한 위당 정인보 역시 후대에 부끄러운 발자취를 남기지 않았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이씨는 시조시인들이 친일과 거리가 먼 반면에 항일과 가까웠던 이유가 시조라는 민족 고유 문학장르가 갖고 있는 정체성과 역사성 때문이 아닐까 한다고 풀이했다. 이들 작가가 일제의 침탈 속에서 한국문학의 고유 장르인 시조에 주목하고 생활 속에서 작품으로 구현했다는 사실 자체가 시사하는 점이 크다는 뜻이다.
이씨는 "시조시인들의 시적 재능이 자유시인들의 그것과 비교해 월등했다"면서 "이들이 자유시를 썼더라면 매우 훌륭한 작품들을 낼 수도 있었을 것이나 민족문화에 뿌리를 깊이 내린 시조문학을 굳이 선택해 시대를 통과했다는 점은 많은 교훈을 던져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들 시인은 한국문학의 뿌리를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시조문학의 위상을 크게 끌어올린 선각자들이었다"고 말하고 "이들은 시단과 한국문학 전체를 위해서도 별과 같은 분들이었다"며 각별한 존경심을 표시했다.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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