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위조" 이상락 의원 징역 1년 확정

2004. 12. 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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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태우 기자] ▲ 이상락 의원 ⓒ2004 이종호 나는 고등학교 중퇴자다. 학교는 나에게 무엇을 해주었는지 도저히 모르겠고, "에라, 모르겠다" 있는 욕을 다 한 뒤에 학교 문을 박차고 나온 고등학교 중퇴자다.

물론 검정고시에 합격해서 최종학력을 "고졸"이라고 쓸 수는 있지만, 그래도 역시 나는 고등학교 중퇴자다. 더 나쁜 표현을 빌리자면 "사회의 낙오자"다. 나는, 살아오면서 이러한 말을 수없이 들었다.

지난 10월부터 이상락 의원 얘기가 간간히 나오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졸업. 가장 기본적인 학력이 최종 학력일 수밖에 없었던, 그 스스로가 빈민이자 빈민을 위한 삶을 살아왔던 이상락. 그런 그가, 학력을 허위 기재했다는 이유로 11일 수감되었다.

뇌물을 주고, 사람을 돈으로 사고 판 의원들에 대한 처벌은 기껏해야 벌금 기백만원이다. 570억이라는 천문학적인, 정확히 따지자면 현금으로 꽉꽉 채우면 50평 아파트 1채를 다 채우고도 남는 돈을 받아먹은 서정우라는 사람에게 대한민국 사법부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이상락 의원은 딱 절반인 징역 1년. 학력 허위 기재가 570억을 "강탈한" 죄의 딱 반, 285억을 기업으로부터 뜯어낸 죄와 같다니. 대한민국 고등학교의 졸업장은 285억짜리인가 보다. 대한민국 사회는 뭔가 크게 비틀어져 있다.

감히 초등학교 졸업 "따위"가 고등학교 졸업 흉내를 내느냐는 사회의 엄중한 호통, 이러한 호통을 뒤로 한 채, 본회의가 열리지 않아 사퇴서가 수리될 수 없어 이상락 의원은 결국 "불명예 퇴직"했다. 선거로 생긴 수많은 빚더미 앞에서. 그리고 수많은 "고졸 이상"의 "대한민국 평균"사람들 앞에서 쓸쓸히 성동구치소로 들어갔다.

"죄 없는 자 이 자에게 돌을 던지라"라는 예수의 명언이 왜 이리 와 닿는 것일까. 대한민국 사회와 사법부는 그에게 있는 돌 없는 돌을 퍼부었다. 돈이 없어서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정치인에 대해 사회는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그를 "학력 허위 기재" 범죄로 떠민 것은 다름아닌 우리 사회그는 그 학벌이라는 장애가 너무나 어려웠다고 하소연한다.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사람에 대한 사회적 멸시, 그것은 그를 "학력 허위 기재"로 강제로 떠밀었다. 그를 떠민 손은 대체 누구였을까?그를 학력 허위 기재라는 범죄로 떠민 것은 사회였다. 최종학력 초등학교 졸업이라는 타이틀 역시도, 그가 빈민이었기 때문에 얻었던 불명예일수밖에 없다. 사회가 빈곤층에 대한 교육지원을 했더라면 이런 타이틀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시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하면서부터 학력 문제로 괴로워했다고 한다. 학력으로 사람의 모든 것을 평가하던 우리가 그를 괴롭힌 것이다. 다른 가해자는 없다. 이상락 의원은 피해자일 뿐이다.

종이쪼가리 하나가 영광스러운 나라 대한민국, 평등하지 못한 교육의 권리라는 반신불수의 대한민국 교육, 학벌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학벌중심의 대한민국 사회. 그리고 이런 것을 부추겼던 우리 모두가 이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다시 나로 돌아온다. 과연 내가 저 자리까지 올라가기 위해 준비한다면, 나는 학력을 제대로 쓸 수 있을까? "최종학력 대전월평중학교"라는 글자를 명함에 새기고 당당하게 선거운동 할 수 있을까? 내가 선거는 고사하고 사람대접이나 받을 수 있을까?계속 두려움이 밀려온다. 이상락 의원을 징역 1년이라는 나락에 떨어뜨린 대한민국 사회의 다음 타깃이 내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과연 이 두려움을 언제나 떨쳐버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이태우 기자- ⓒ 2004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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